‘두바오’ 채팅봇 쓰며 자녀들과 소통
AI로 노년층의 디지털 장벽을 넘다

중국 사회의 급격한 디지털화는 세대 간 격차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병원 창구 앞에서 노인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동안 젊은 환자들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진료 예약을 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건강 코드와 QR코드 확인이 공공장소 출입의 필수 조건이 되면서,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많은 노인이 일상생활에서 배제되는 상황을 겪었다.

정부는 현금 결제 유지나 오프라인 창구 운영 등으로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려 했지만, 빠르게 확산된 현금 없는 사회에서 ‘디지털 격차’는 불가피한 대가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이 인터넷 시대에서 뒤처졌던 노년층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차이나데일리>는 「인공지능이 노년층의 디지털 시대 적응을 돕는다」라는 소식을 전했다.

춘절 연휴 동안 중국 도시의 많은 직장인들은 고향에 내려가 부모의 스마트폰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예상과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부모 세대가 이미 AI 챗봇을 사용하고 있었고, 오히려 자녀들에게 새로운 사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부모님들이 ‘두바오’ 같은 인공지능 채팅봇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고 있었다. 산시성 시안에 사는 한 전직 교수는 AI를 활용해 이중언어 소셜미디어 글을 다듬고, 여행지의 역사 정보를 찾으며, 약 설명서를 해석하기까지 한다. 그는 “AI는 절대 당신과 말다툼을 하지 않는다”라며 웃었다.

읽지 않아도 음성으로 서비스 제공

이 같은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AI 비서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훨씬 접근하기 쉬운 특징을 갖고 있다. 음성 입력 기능은 작은 스마트폰 키보드로 타이핑할 필요를 없애고, 읽어주기 기능은 시력이 좋지 않거나 문자 이해가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 또한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기계를 조작하는 느낌보다 친절한 사람에게 질문하는 경험에 가깝다. 스마트폰을 어렵게 느꼈던 노인들에게 AI와의 대화는 훨씬 자연스럽다.

이는 모바일 인터넷 시대와 비교하면 근본적인 변화다. 이전에는 새로운 앱과 기능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노인들에게 높은 장벽이었다. 바쁜 자녀나 젊은 세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도 심리적 부담이 됐다. 바쁜 일상에 쫓기는 젊은 세대에게 도움을 구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노년층에게는 적잖은 수치심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AI는 끝없는 인내심으로 질문을 받아들이며 이런 감정적 장벽을 크게 줄였다.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일찍 인식했다. 2023년 제정된 중국 최초의 ‘무장애 환경 구축법’은 노년층이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부 웹사이트와 공공 서비스 플랫폼을 개선하도록 규정했다. 산업정보기술부도 수천 개의 앱에 ‘시니어 모드’를 도입해 단순한 화면과 큰 글씨를 제공하도록 추진했다. 2025년까지 3000개 이상의 웹사이트와 앱의 개편을 마쳤다.

가족과 지인의 추천 통해 바르게 확산

이제 AI는 규제나 앱 개편과 재설계만으로는 이루기 어려웠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술을 어렵게 느끼던 사람들에게 기술을 직관적인 도구로 바꿔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년층의 AI 사용은 정부 홍보보다 가족과 지인의 추천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위챗 같은 메신저 그룹에서의 입소문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위험 요소도 남아 있다. 2025년 상하이교통대 연구에 따르면, 세대 간 디지털 이해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젊은이와 노인 모두를 포함해 사용자의 거의 3분의 1이 인공지능이 완벽한 확신을 가지고 정보를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거의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시안의 전직 교수는 채팅봇 ‘두바오’가 지역 유명 상인의 이름을 잘못 표기해 소셜미디어에서 정정 댓글을 받는 곤란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기술 접근성 확대와 함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는 일자리 대체에 대한 우려와 달리 사회적 포용을 확대하는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한때 디지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던 중국의 노년층이 이제는 기술의 도움으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 3억 1천만 명에 달하는 중국의 노년 인구가 AI라는 새로운 동반자와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요양소식=김재호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