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9대 과학기술혁신 어젠다 발표
  • 에이지 테크 혁신·바이탈 에이징 실현으로 실버산업 선도

[김재호 편집위원 | 교수신문 과학학술팀장]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Think 2026’을 통해 미래 기술·산업과 사회구조 변화에 대응할 9대 과학기술혁신 어젠다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미래 사회구조 변화 대응’ 분야는 저출생·고령화가 동시에 심화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전환을 정면으로 다루며,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회 모델을 제시한다. 그 핵심에 놓인 전략이 바로 ‘에이지 테크(Age Tech) 혁신을 통한 바이탈 에이징(Vital Ageing) 실현과 글로벌 실버산업 선도’다.

“스마트 돌봄기기·AI 건강관리 시스템, 이동약자용 모빌리티 등
미래형 고령 친화기술은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된다”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며, 66세 이상 은퇴 연령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동시에 고령 인구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기술 수용도와 소비 역량, 사회 참여 의지가 높은 ‘액티브 시니어’가 주요 수요층으로 부상하면서, 실버경제는 돌봄과 부양 중심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산업 지형으로 재편되고 있다.

▲ KISTEP Think 2026, 9대 과학기술혁신 어젠다 선정결과

김영선 경희대 에이지테크 융합센터장은 에이지테크를 단순한 고령친화 기술이 아니라 노년기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설계하는 기술 체계로 규정한 바 있다. 그는 이 분야의 핵심을 크게 세 축으로 나눈다. 첫째는 고령자가 일상생활을 스스로 영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기술이다. 주거 공간에 적용되는 스마트홈, 신체 활동을 보조하는 로봇, 운동과 재활을 돕는 솔루션, 이동성을 개선하는 장치, 정서적 안정을 지원하는 감성 기술, 여가와 사회적 참여를 확장하는 콘텐츠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 축은 돌봄을 개인의 부담에서 사회적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원격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인공지능 기반 돌봄 서비스가 대표적이며, 현장에서 일하는 돌봄 인력을 지원하기 위한 돌봄 로봇, 각종 케어 기기, 그리고 이를 하나로 묶는 통합 플랫폼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셋째는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을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 주목하는 영역이다. 고령자의 디지털 이해도를 높이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교육과 서비스가 병행되지 않으면 에이지 테크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세 영역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비로소 에이지 테크가 고령사회의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KISTEP은 에이지 테크를 복지 정책이 아닌 R&D·제도·산업을 연계한 구조적 전환 전략으로 규정하고, 고령자의 바이탈 에이징과 실버산업 생태계 고도화를 목표로 설정했다. 사회문제 해결 R&D 성과를 정책·산업으로 확산하고, 공공 실증과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고령자 맞춤형 기술혁신과 경제활동 참여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 이미지=KISTEP

단순 복지나 보조 정책 아니라 산업 정책 연계한 구조적 전환

KISTEP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에이지 테크 어젠다의 목표를 ‘고령자의 지속가능한 바이탈 에이징 실현과 경제·사회적 기여 확대를 통한 실버산업 생태계 고도화’로 설정했다. 단순 복지나 보조 정책이 아니라, R&D 투자와 법·제도, 산업 정책을 연계한 구조적 전환 전략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첫 번째 전략과제는 고령사회 수요 중심의 에이지 테크 기술혁신 이니셔티브 추진이다. 기존 사회문제 해결형 R&D 성과 가운데 에이지 테크와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핵심 기술 요소를 선별하고, 이를 고령사회 대응 기술과 현장 적용 분야에 매칭하는 방식이다. 기술의 완성도뿐 아니라 문제 해결 기여도와 현장 수용성을 기준으로 우선 확산 기술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이 과정은 기술 개발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미지 속 절차도에서 보이듯, 사회문제 해결 R&D 성과를 출발점으로 핵심 기술 요소를 추출하고, 고령사회 대응 세부 이슈와 매칭한 뒤, 정책 어젠다로 확정해 확산하는 단계적 구조를 취한다. 이는 연구 성과가 정책과 산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사장되는 기존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다.

두 번째 전략과제는 에이지 테크 기반 산업 생태계 고도화다. 에이지 테크 중심 첨단기술과 산업을 융합해 R&D–정책 패키지형 확산을 추진하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과 창출을 촉진하는 데 초점을 둔다. 기술 개발, 제도 개선, 사회적 수용성 확보, 성과 확산을 하나의 전주기 가치사슬로 묶어 단절 없는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스마트 돌봄기기, AI 기반 건강관리 시스템, 이동약자용 모빌리티 등 미래형 고령친화 기술은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된다. 고령자의 경제 참여 확대를 전제로 한 고부가가치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보급을 병행하고, 이를 가로막는 규제를 발굴해 개선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공공 실증 인프라와 민간 기술 모듈을 연계한 민·관 협력 실증트랙 구축 역시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세 번째 전략과제는 바이탈 에이징 실현을 위한 고령자 경제활동 촉진 지원 강화다. 고령자를 하나의 집단으로 묶는 대신, 수요 세분화를 통해 직무 설계 기반의 맞춤형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실버산업 관련 업무를 △지식전달형 △기술지원형 △디지털업무형 △사회활동형 △관리보조형 등으로 구분하고, 고령자의 생활환경과 활동 역량을 연계해 참여 경로를 설계한다.

이를 위해 ‘생활환경–활동역량–업무유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타깃 그룹 세분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현장에서 검증된 기술–적용 분야 결합 모델, 이른바 ‘솔루션 블록’을 인접 공정이나 다른 업무 유형으로 확장하고, 조달과 규제 개선까지 포함한 지원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에이지 테크는 결국 기술 정책을 넘어, 고령사회를 대하는 국가의 전략적 선택을 묻는 의제가 되고 있다.

<김재호 편집위원 | 교수신문 과학학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