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중증돌봄부터 임종케어까지, 존엄을 지키는 “강북노인전문요양원”

서울 강북구 강북노인전문요양원 박효영 원장, “정확하고, 안전하고, 무엇보다 따스한 돌봄”

서울 강북구, 7층 높이의 주황빛 건물 1층 입구 옆에 ‘강북노인전문요양원’ 간판이 걸려 있다. 현관 안쪽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기관 평가에서 받은 ‘최우수기관(A등급)’ 인증패가 나란히 놓여 있다. 2015년, 2018년, 그리고 2025년도 정기평가까지 세 차례다.

복도 벽에는 “우리는 모두 어르신 지킴이!”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고, 그 아래 게시판에는 종사자들의 얼굴 사진과 교육 자료가 빼곡하다. 와상 어르신의 침상 머리맡에는 ‘2시간마다 체위변경’이라는 안내문이 눈에 띈다. 기자를 맞은 박효영 원장은 이곳이 지향하는 돌봄을 이렇게 요약했다. “중증 어르신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돌봄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중증 어르신과 임종을 앞둔 어르신을 주로 모시는 강북노인전문요양원을 찾았다.

< 강북노인전문요양원 전경과 장기요양기관 평가 최우수(A등급) 인증패, 층별 안내도 >

개원 초부터 간호사를 배치한 ‘의료와 돌봄이 함께하는’ 요양원

강북노인전문요양원은 2008년 3월 문을 열었다. 운영 법인은 서울대학교 보건의료전문인들이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케어코리아다.

박 원장은 “‘지역사회 어르신들에게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안정을 도모하여 건강하고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지원한다’는 법인의 설립 이념에 따라, 지역사회 노인요양시설의 모범 모델을 구현하고자 개원했다”고 소개했다.

케어코리아는 시립강북노인종합복지관 수탁운영, 경로당 활성화 사업, 노인케어기술 개발 및 적용, 그룹홈 운영 등 다양한 노인복지사업을 수행해 왔다. 박 원장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노인돌봄 서비스를 실천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개원 시점도 의미가 있다.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을 넉 달 앞둔 때였다. 박 원장은 “중증질환 어르신들의 입소 어려움과 가족의 돌봄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개원 초기부터 전문 간호사를 배치해, 의료와 돌봄이 함께 이루어지는 전문 요양서비스를 제공해 왔다”고 설명했다.

정원은 80명이다. 현재는 리모델링이 필요한 공간을 제외하고 운영 가능한 적정 인원인 57명의 어르신이 생활하고 있으며, 43명의 종사자가 일한다. 지하 2층부터 지상 7층까지, 지하에는 식당·프로그램실·물리치료실과 세탁실이, 1층에는 사무실과 면회실이, 2~5층에는 요양실이 자리하고, 2층에는 임종 면회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 6층은 의무실·간호실·특별실, 7층은 상담실이다.

이곳은 서울시 기초생활수급권자 우선 입소기관으로, 입소 어르신의 절반 이상이 기초생활수급권자다. 박 원장은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중증 어르신, 와상 어르신, 치매로 인한 행동심리증상(BPSD) 대상자, 말기암 및 임종돌봄 대상자 등 돌봄 난이도가 높은 어르신들을 주로 모시고 있다”며 “이러한 특성에 맞춰 종사자의 전문교육과 실무역량 강화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의료와 돌봄이 조화를 이루는 전문 노인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이 일깨운 요양원의 역할

< 박효영 원장 >

박 원장은 2004년부터 노인복지 현장을 지켜 왔다. 장기요양보험 제도 시행 이전의 노인복지에서부터 제도의 출범과 발전 과정을 고스란히 함께한 셈이다. 그는 “양로원, 노인전문요양원, 주야간보호센터, 요양원 등 다양한 현장을 경험하며 ‘어르신에게 따스한 돌봄을, 종사자가 존중받는 기관을 만든다’는 목표를 갖게 됐다”며 “그 가치가 지금까지 요양원을 운영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전환점이 된 것은 2019년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출간 작업에 참여한 일이었다. 장애인 가족, 치매어르신 가족, 간병인, 복지전문가 등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박 원장은 “가족의 간병 부담이 극심해져 살인이나 자살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진 사례들을 접하며, 돌봄이 더 이상 한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사회적 과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당시 그는 국가의 돌봄 지원 확대와 돌봄 종사자의 전문성 향상, 그리고 가족 자조모임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적인 기관 돌봄은 가족의 부양부담을 줄이고, 가족들이 서로의 경험과 어려움을 나누며 위로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이 경험이 요양원의 역할을 더욱 분명하게 만들어 주었다”며 “전문적인 기관 돌봄을 통해 가족의 부양부담을 덜어드리고, 어르신은 안전하고 존엄한 삶을 이어가실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서 그가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종사자의 전문성 향상과 가족참여 확대다. “전문적인 돌봄은 전문적인 교육에서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에 지속적인 교육과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어르신이 요양원에서 생활하시더라도 가족과의 관계와 일상이 단절되지 않도록 가족 참여 프로그램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어르신의 생활을 함께 공유하고, 돌봄 과정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또한 요양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우리는 모두 어르신 지킴이!” 게시판 앞에서 요양원을 소개하는 박효영 원장 >

운영철학, “지금 우리가 만드는 돌봄의 기준이, 언젠가 내가 받을 돌봄”

강북노인전문요양원이 지향하는 돌봄을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박 원장은 두 문장을 내놓았다. “따스함이 깃든 좋은 돌봄, 생애 마지막까지 존엄을 지켜드리는 돌봄.” 그리고 “지금 어르신에게, 혹은 나의 가족, 미래의 내가 받게 될 돌봄서비스의 모델.”

그는 직원들에게 늘 같은 말을 한다고 했다. “지금 우리 앞에 계신 어르신은 나의 부모님일 수 있고, 지금 우리가 만드는 돌봄의 기준은 언젠가 나와 내 가족이 받게 될 돌봄의 모습이 될 수 있다.”

종사자로 9년, 기관장으로 14년. 박 원장이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게 된 가치는 ‘역지사지’다. 그는 “어르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가족의 마음으로 바라보며, 종사자의 어려움 또한 함께 이해하는 것이 좋은 돌봄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어르신께는 요양원에서의 하루하루가 생애의 마지막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건네는 한마디 말, 작은 행동 하나, 세심한 돌봄 하나가 어르신의 마지막 기억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항상 직원들과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이곳의 돌봄 원칙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정확해야 하고, 안전해야 하며, 무엇보다 따스해야 한다. 박 원장은 “전문성은 기본이고, 그 위에 존중과 배려, 그리고 사람의 온기가 더해질 때 비로소 좋은 돌봄이 완성된다”고 했다.

< 강북노인전문요양원 프로그램실 >

돌봄의 특색, “중증 어르신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의료 연계와 호스피스 케어

박 원장은 이곳의 가장 큰 특징으로 “중증 어르신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돌봄”을 꼽았다.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어르신과 와상 어르신이 많은 만큼, 일상생활 지원을 넘어 의료·돌봄·영양·정서 지원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통합 돌봄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중심에는 두 개의 축이 있다. ‘병원이 아니어도 받을 수 있는 의료 서비스’와 ‘생애 마지막까지 존엄을 지키는 호스피스 케어’다.

병원 못지않은 의료 연계, “요양원 안으로 의료를 들여오다”

이곳에서는 지속적인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어르신이 일상적으로 생활한다. 현재 비위관(콧줄) 영양공급 어르신이 20명 내외, 유치도뇨관 15명 내외, 요로관 관리 1명이다. 입소 어르신 다수가 하루도 빠짐없이 의료적 관리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요양원은 이 수요를 ‘병원 이송’이 아니라 ‘의료 연계’로 풀었다. 지역사회 의료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촉탁의 진료와 가정간호 전문간호사 방문서비스를 운영한다. 박 원장은 “전문간호사가 주 3~5회 방문해 혈액검사, 비위관 및 도뇨관 관리, 상처 및 욕창치료, 예방접종, 수액처치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르신이 검사나 처치를 위해 병원을 오가는 부담 없이, 생활하던 공간에서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는 구조다.

구강 건강도 놓치지 않는다. 박 원장은 “치과와의 연계를 통해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에게도 구강검진, 치료 및 보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와상 어르신에게 치과 진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 되기 쉬운 영역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스마트 돌봄 기술로 24시간 건강 관리의 빈틈도 메운다. 수면 상태와 맥박 등 생체 신호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어르신에게는 비접촉 모니터링 센서 ‘바이탈프레임’을 적용하고 있다. 몸에 장치를 부착하지 않고도 생체 신호를 확인해 이상이 생기면 알려 주는 건강 알림 기능과, 밤사이 어르신이 침상을 벗어나면 즉시 알려 주는 야간 이탈 감지 알림 서비스를 함께 활용한다. 박 원장은 “더욱 세밀한 건강관리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기능 이동카를 도입해 와상 어르신의 안전한 이동과 체중 측정을 지원하고, 종사자의 근골격계 부담도 함께 줄이고 있다.

야간 인력 배치도 의료적 안전망의 일부다. 박 원장은 “대부분의 요양시설이 야간에 층별 1명의 인력을 배치하는 것과 달리, 저희는 중증 어르신의 안전한 돌봄을 위해 각 층마다 2명의 야간 돌봄 인력을 배치해 응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세심한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탈프레임의 알림과 층별 2인 야간 근무가 맞물려, 가장 취약한 밤 시간대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호스피스 케어,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과 따뜻함을”

강북노인전문요양원이 가장 공들이는 또 하나의 영역은 생애말기 돌봄, 즉 호스피스 케어다. 말기암 어르신을 비롯해 임종을 앞둔 어르신을 마지막까지 모시는 것이 이곳의 역할이다.

2층에는 전용 임종면회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 산소발생기와 임종돌봄 키트를 갖췄고, 보호자가 머무를 수 있는 의자와 공간을 두어 가족이 어르신 곁에서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임종이 가까워진 어르신을 다른 어르신들과 같은 생활실에 그대로 두거나 급히 병원으로 옮기는 대신, 가족과 조용히 작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박 원장은 “임종을 앞둔 어르신께서 마지막 시간을 편안하고 존엄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전용 임종면회실을 운영하고 있다”며 “가족들이 어르신 곁에서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내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생애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과 따뜻함을 지켜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호스피스 케어는 가족을 위한 돌봄이기도 하다. 요양원은 보호자를 대상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교육도 실시해, 가족이 어르신의 마지막을 미리 함께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와상 어르신도 함께하는 일상, 그리고 직접 지은 밥

의료와 임종돌봄만이 전부는 아니다. 박 원장은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도 소외되지 않는 프로그램 운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명절 행사나 문화프로그램은 거동이 가능한 어르신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와상 어르신까지 함께 참여하실 수 있도록 구성해 모든 어르신이 함께 즐기고 추억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추석이면 침상에 누운 어르신 곁에도 과일과 떡, 전이 차려진 상이 놓인다.

개원 이래 지켜 온 ‘직접조리’ 원칙도 있다. 박 원장이 “자부심”이라고 표현한 대목이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어르신의 건강상태와 식이 특성에 맞춘 식사를 매일 직접 조리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맛과 영양을 모두 고려한 급식으로 어르신과 종사자 모두에게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습니다.”

사람과 조직, “좋은 돌봄은 행복한 종사자로부터”

“좋은 돌봄은 종사자에게서 나온다”는 말에 박 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어르신께 따뜻한 돌봄을 제공하려면 먼저 종사자가 존중받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단순한 복리후생을 넘어 함께 성장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심은 교육과 소통이다. 정기 교육과 함께 월 2회 직원간담회를 열어 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종사자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종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만든 복지제도도 다양하다.

분기마다 힐링프로그램을 운영해 나들이, 뮤지컬·연극 관람 등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생일상품권 지급, 분기별 우수종사자 포상, 연말 송년행사와 경품추첨 등으로 직원들의 사기와 소속감을 높이고 있다. 단풍 든 산을 배경으로 두 팔을 번쩍 든 종사자들의 나들이 사진에서 이곳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신뢰의 관계, “방호복 안에 땀과 눈물이 함께 흘렀다”

보호자와의 신뢰에 대해 박 원장은 “좋은 돌봄과 진심 어린 소통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요양원은 어르신만 생활하는 공간이 아니라, 가족이 가장 소중한 분을 믿고 맡기는 곳이기 때문에 보호자와의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를 떠올렸다. 확진된 어르신이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하고 요양원에서 격리 치료와 임종돌봄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던 때였다.

한 어르신이 코로나19 확진과 기저질환이 겹치며 임종을 앞두게 됐다. 방호복을 입고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던 따님이 말했다. “엄마, 그동안 정말 고생했어. 10년 동안 병상에서 많이 힘드셨잖아. 코로나에 걸려 마음은 아프지만 이제는 편히 쉬셨으면 좋겠어.”

박 원장은 “그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감염 위험이 큰 상황이었지만, 가족이 마지막 인사를 나누실 수 있도록 함께했던 그 시간은 제게도 매우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방호복 안에는 땀과 눈물이 함께 흘렀지만, 그 순간 저는 요양원이 단순히 돌봄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어르신 삶의 마지막 순간과 가족의 이별까지 함께하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깊이 느꼈습니다.”

이 경험은 지금도 보호자와 소통하는 방식의 기준이 되고 있다. 요양원은 가족간담회와 가족참여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치매 이해교육,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교육 등을 실시한다.

절기마다 만두 빚기, 송편 만들기, 김장하기, 동지팥죽 나누기, 부럼 깨기 같은 계절 프로그램도 빠지지 않는다. 박 원장은 “어르신의 추억이 담긴 계절 프로그램으로 옛 기억을 나누고 정서적 교감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탄 어르신들이 하천변 산책로에 나란히 앉아 봄 풍경을 바라보는 사진도 이 요양원의 일상 가운데 하나다.

현안·과제, “통합돌봄에서 노인요양시설의 역할은 정녕 없는가”

초고령사회와 통합돌봄 시행이라는 변화에 대해 묻자 박 원장의 목소리가 한층 단단해졌다. 그는 먼저 “초고령사회와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가야 할 방향”이라며 “‘내가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제도의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고 전제했다.

다만 아쉬움도 분명했다. “보건의료, 요양, 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연계해 제공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제도에서 노인요양시설의 역할은 정녕 없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아쉬움은 통합돌봄에서 노인요양시설의 역할이 충분히 논의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박 원장은 재가 중심 돌봄의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를 짚었다. “어르신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거나, 낙상으로 인한 골절, 수술 후 회복기, 심한 치매 행동심리증상(BPSD), 와상 상태, 임종돌봄 등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요양시설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2시간마다 체위변경이 필요한 와상 어르신, 전문적인 욕창 관리와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어르신, 생애말기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은 현실적으로 가정이나 일반 재가서비스만으로는 충분한 돌봄을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통합돌봄 체계 안에서도 요양시설이 지역사회 돌봄의 한 축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역할과 연계체계가 보다 명확하게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며 “중증 어르신을 돌보는 기관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합리적인 장기요양 수가와 운영지원도 함께 뒷받침되어야 지속 가능한 돌봄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현실적 과제는 시설 환경 개선이다. 개원 18년째를 맞으며 개보수 필요성이 커졌고, 코로나19를 겪으며 격리공간의 재구성과 리모델링도 시급해졌다. 박 원장은 “기능보강사업 등을 통해 시설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원 예산이 제한적이어서 선정 자체가 쉽지 않고, 선정되더라도 공사 기간 동안 어르신들이 생활하실 대체 공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설의 노후도와 중증 어르신의 돌봄 환경을 고려한 보다 현실적인 시설 개선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초고령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가와 시설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의 상태에 맞는 돌봄이 끊김 없이 이어지는 통합돌봄 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양시설도 지역사회 돌봄의 중요한 파트너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어우러지기를 바랍니다.”

비전, “우리 부모님, 나의 가족, 내가 가고 싶은 요양원”

앞으로 어떤 요양원을 만들고 싶은지 묻자, 박 원장은 다섯 개의 문장을 차례로 꺼냈다.

전문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강북노인전문요양원 종사자가 늘 밝게 웃으며 휴먼서비스를 제공하는 강북노인전문요양원 병원이 아니어도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강북노인전문요양원 나의 마지막을 따스하게 함께 해 줄 강북노인전문요양원 우리 부모님, 나의 가족, 내가 가고 싶은 요양원

그는 “전문성과 따뜻함이 함께하는 요양원”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어르신께는 생애 마지막까지 존엄을 지켜드리는 전문적인 돌봄을, 종사자에게는 서로 존중하며 웃으며 일할 수 있는 행복한 일터를, 보호자에게는 안심하고 부모님을 맡길 수 있는 신뢰받는 요양원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병원이 아니더라도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적시에 연계받고, 중증 어르신과 임종을 앞둔 어르신까지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하실 수 있는 전문요양원의 모델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우리 부모님을 안심하고 모실 수 있는 요양원, 나의 가족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요양원, 그리고 언젠가 나 또한 기꺼이 선택하고 싶은 요양원’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끝으로 박 원장은 전국의 요양 현장 동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돌봄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할 때 더욱 큰 힘을 발휘합니다. 우리가 어르신께 드리는 작은 관심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그리고 생애 마지막 시간을 더욱 존엄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강북노인전문요양원은 ‘따뜻함이 깃든 좋은 돌봄’을 실천하며, 어르신과 가족, 종사자 모두가 행복한 요양원을 만들어 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요양원을 나서는 길, 복도 게시판의 “우리는 모두 어르신 지킴이!”라는 문구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생애 마지막 시간까지 존엄을 지키겠다는 약속이 이곳에서는 구호가 아니라 일상의 기준이었다.

<요양소식=이창길 기자>

법무법인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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