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동기화, 자유: 자유를 빼앗지 않는 돌봄이 가능할까』 무라세 다카오 지음 | 다다서재 | 328쪽

현대 사회에서 돌봄은 점점 더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돌봄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동시에 돌봄 노동의 어려움과 희생도 주목받고 있다. 이와 같은 배경 속에서, 무라세 다카오의 『자유를 빼앗지 않는 돌봄이 가능할까』는 기존 돌봄의 틀을 넘어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하는 책이다. 이 책은 저자의 풍부한 경험과 철학을 바탕으로, 돌봄과 자유의 공존 가능성을 탐구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무라세 다카오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노인요양시설 ‘요리아이의 숲’, ‘택로소 요리아이’, ‘제2택로소 요리아이’를 운영하는 총괄 소장이다. 그는 1964년 도호쿠복지대학교를 졸업한 후 후쿠오카현 이이즈카시의 특별요양노인홈에서 8년간 생활지도원으로 근무하며 돌봄의 기초를 쌓았다. 이후 1991년, 돌봄이 필요한 한 노인을 위해 시작된 ‘요리아이’의 설립에 참여하며, 인지장애를 가진 고령자들이 ‘그들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헌신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철학을 깊이 있게 형성했으며, 이번 책에서 구체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돌봄과 자유, 공존할 수 있을까?

흔히 돌봄은 돌보는 사람이 자신의 자유를 희생하고, 돌봄 받는 이는 타인의 통제를 받는 행위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돌봄은 양쪽 모두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무라세 다카오는 이러한 통념을 깨뜨리며, 돌봄이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요리아이의 숲’은 이 철학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고령자들이 원할 때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으며, 직원들이 이들의 외출을 동행하거나 지역사회와 협력해 안전망을 구축한다. 이는 돌봄과 자유가 대립 관계에 있지 않으며, 적절한 환경과 구조 속에서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특히, ‘활짝 열린 문’ 정책은 고령자들이 독립성을 유지하며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동기화’가 돌봄의 핵심

무라세 다카오가 돌봄의 본질로 제시하는 개념은 바로 ‘동기화’다. 동기화란 돌보는 사람과 돌봄 받는 사람이 서로의 감각과 리듬을 조율하며 생활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는 동기화가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이 아니라, 인간 간의 깊은 교감을 형성하는 본질적인 과정임을 강조한다.

특히, 동기화가 실패했을 때조차 돌봄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무라세 다카오는 돌봄에서 발생하는 어긋남과 갈등이 두 사람 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이는 돌봄을 단순히 일방적인 희생이나 의무가 아니라, 인간적인 성장과 상호작용의 과정으로 바라보게 한다.

‘나답게 늙고 죽는 것’의 중요성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나답게 늙고 죽는 것’의 의미다. 무라세 다카오는 노화와 죽음을 단순히 쇠퇴나 상실로 보지 않는다. 그는 노화가 새로운 자유를 발견하는 과정이 될 수 있으며, 인지저하증 또한 고유한 개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모습이라고 본다.

특히, ‘요리아이’의 노인들은 일정표에 따라 움직이거나 병원식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리듬에 맞춰 생활한다. 이를 통해 무라세 다카오는 ‘정상’과 ‘이상’의 경계가 무의미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노인은 단순한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각자의 독특한 삶의 이야기를 가진 존재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그는 강조한다.

“지역 돌봄은 모두의 책임”

무라세 다카오는 돌봄을 특정 시설이나 전문가에게만 맡기는 사회적 구조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지역사회가 돌봄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하며, 모든 사람들이 돌봄의 일원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돌봄이 단순히 노동의 영역이 아니라, 인간 공동체의 본질적인 책임임을 상기시킨다.

‘요리아이’는 지역 주민들과의 협력을 통해 고령자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 지역 주민들은 시설 밖에서 혼자 걷는 노인을 발견하면 시설로 연락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준다. 이러한 방식은 돌봄이 시설의 벽을 넘어, 공동체 전체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돌봄과 자유의 진정한 의미

무라세 다카오는 돌봄이 단순히 희생이나 노동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돌봄을 통해 삶의 본질을 발견하고, 인간 간의 연결과 교감을 경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돌봄은 ‘나’와 ‘너’가 만나 ‘우리’를 형성하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양쪽 모두가 자유로워질 수 있다.

또한, 그는 돌봄의 과정에서 돌보는 이와 돌봄 받는 이 모두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서로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고 본다. 이러한 돌봄의 철학은 현대 사회의 냉정한 효율성과 대조를 이루며,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새로운 돌봄의 길

『자유를 빼앗지 않는 돌봄이 가능할까』는 돌봄의 본질과 가능성을 새롭게 조명하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은 돌봄을 단순한 노동이나 희생으로 보지 않고, 인간적 교감과 상호작용의 장으로 확장시키는 데 있다.

고령화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실천적 영감을 제공하는 동시에, 돌봄의 철학적 깊이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돌봄의 과정에서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유용하다. 

무라세 다카오의 철학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실천 가능한 현실로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돌봄과 자유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꿈꾸는 이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다.

<요양소식=윤동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