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칼럼] 나이는 그대로인데 몸은 젊어질 수 있을까…AI가 노화의 시간을 잰다

  • 혈액·유전자·영상까지 분석하는 ‘노화 시계’ 등장
  • 딥러닝으로 생물학적 나이의 미세한 변화 포착

고령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얼마나 오래 사느냐’뿐만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늙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에이징 리서치 리뷰(Ageing Research Reviews)>에 실린 「심층 노화 시계: 생물학적 연령 추정을 위한 AI 기반 전략」은 이런 흐름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려는 연구를 소개했다. 우리가 실제로 살아온 기간을 나타내는 연대적 나이와 달리 생물학적 나이는 현재 몸의 상태와 노화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최근에는 이를 측정하고 노화를 늦추는 치료법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노화 시계’가 개발되고 있다.

AI 기반 ‘노화 시계’는 혈액·유전자·의료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실제 나이와 다른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고 미세한 노화 변화를 포착한다. AI로 개발된 렌토서팁 임상시험에서도 생물학적 나이가 낮아지는 신호가 관찰됐지만, 이를 노화 지연이나 수명 연장으로 단정하려면 추가적인 장기 검증이 필요하다. 이미지=제미나이

생년월일보다 몸의 상태가 중요하다

연대적 나이는 태어난 뒤 몇 년이 지났는지를 나타내는 단순한 숫자다. 반면 생물학적 나이는 같은 나이라도 사람마다 다른 건강 상태와 신체 변화를 반영한다. 연구자들은 생물학적 나이가 건강 상태나 사망 위험과 더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노화가 단순히 일정한 속도로 진행되는 과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통적인 노화 시계는 나이가 들면서 생물학적 변화가 일정한 방향으로, 비교적 선형적으로 진행된다고 가정했지만 실제 노화 과정은 훨씬 복잡하고 개인차도 크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딥 에이징 클락(Deep Aging Clocks)’이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기존 노화 시계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분석하고,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미세한 변화까지 포착하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후성유전학, 전사체학, 대사체학, 미생물군집, 의료영상 등 다양한 생물학적 정보를 이용해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고 있다. 충분한 양의 다양한 데이터가 확보되면 AI는 사람이 일일이 찾아내기 어려운 복잡한 패턴까지 분석할 수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컨볼루션 신경망(CNN)과 재귀 신경망(RNN) 같은 딥러닝 기술이다. CNN은 이미지에서 중요한 특징을 자동으로 찾아내 영상 분석에 활용되고, RNN은 앞서 입력된 정보를 기억하면서 순서가 있는 데이터를 처리한다.

노화 연구에서는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영상이나 생체정보의 복잡한 변화를 분석하고 생물학적 나이를 예측할 수 있다. 결국 AI 기반 노화 시계의 목표는 단순히 ‘몇 살처럼 보이는가’를 추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몸이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늙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있다.

AI가 만든 약, 노화 시계도 움직였다

이러한 노화 시계가 실제 치료제 연구에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도 나왔다. 지난 7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에 발표된 연구에서 연구진은 인실리코 메디신이 AI로 설계한 약물 후보물질 렌토서팁(rentosertib)을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에게 투여한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했다.

6개의 단백질 기반 노화 시계를 이용해 약물 투여 전후의 생물학적 나이를 비교한 결과, 12주 동안 치료받은 환자군에서 6개 시계 모두 생물학적 나이가 낮아지는 변화를 보였다. 관련 내용은 <뉴욕타임스>도 같은 날 보도하며, AI로 개발된 약물이 노화를 늦출 가능성을 보여주는 초기 데이터라고 소개했다.

렌토서팁은 원래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물이다. IPF는 폐 조직이 두꺼워지고 흉터가 생기면서 산소를 혈액으로 전달하는 기능이 떨어지는 만성 폐질환이다. 인실리코 메디신은 AI를 이용해 질병과 관련된 표적을 찾고, 그 표적에 결합할 새로운 분자의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렌토서팁을 개발했다. 앞선 2상 임상시험에서는 12주간 약물을 투여한 결과 IPF 환자의 폐 기능 지표가 개선되는 결과가 확인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가운데 혈액 검체가 확보된 42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환자들은 렌토서팁을 하루 한 번 또는 두 번 복용하거나 위약을 받았으며, 연구진은 혈액 속 단백질 변화를 분석해 6개의 노화 시계로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했다. 그 결과 치료군에서는 위약군과 비교해 생물학적 나이가 낮아지는 변화가 나타났으며, 특히 30밀리그램을 하루 두 차례 복용한 집단에서 가장 일관된 신호가 관찰됐다. 일부 장기별 노화 시계에서도 동맥, 뇌, 췌장, 위 등의 생물학적 나이가 낮아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곧바로 “노화를 늦추는 약이 개발됐다”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진도 이번 결과만으로 렌토서팁이 노화 자체를 늦춘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고 지적한다. IPF 치료로 질병 상태가 좋아지면서 혈액 속 단백질이 변화했을 가능성과 노화와 관련된 생물학적 변화가 실제로 억제됐을 가능성을 현재의 연구만으로 완전히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분석 대상이 건강한 노인이 아니라 IPF 환자였다는 점도 중요한 한계다. 연구진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AI와 노화 시계를 실제 임상시험에 함께 적용했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노화 시계는 주로 사람의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연구 도구로 활용됐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치료제가 몸의 노화 관련 변화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측정하는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즉 ‘약을 먹고 병이 좋아졌는가’라는 기존의 질문에서 더 나아가 ‘몸의 생물학적 상태에도 변화가 나타났는가’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런 방식이 앞으로 노화 중재 효과를 평가하는 임상시험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AI 노화 시계는 혈액·유전자·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몸의 상태와 노화 속도를 파악하고, 건강한 노화를 돕는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새로운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질병 치료뿐 아니라 건강수명 연장과 개인별 건강관리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일상에서 건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지=제미나이

인실리코 메디신의 연구는 AI 신약 개발이 단순히 새로운 약물 후보를 찾는 데서 끝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AI가 방대한 생물학적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 표적을 찾고 새로운 분자를 설계하는 한편, 다시 AI 기반 노화 시계를 이용해 그 약물이 몸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확인하는 구조가 가능해지고 있다. 향후에는 이런 기술이 노인성 질환의 치료 효과를 평가하거나 개인별 건강 상태에 맞는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생물학적 나이가 줄었다’는 결과가 실제 수명 연장이나 건강수명 증가로 이어지는지는 별도의 장기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결국 AI가 보여주는 것은 ‘젊어지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 노화 과정에 숨어 있는 변화의 모습이다. 노화는 하나의 장기가 아니라 여러 생물학적 시스템이 함께 변하는 복잡한 과정인 만큼, 앞으로의 노화 연구에서도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해 해석하는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AI 노화 시계가 노화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적어도 노화를 단순히 생년월일로 계산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몸속 변화 자체를 측정하려는 연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 영상=학술문화연구소 제작 및 제공 >

<요양소식=김재호 편집위원, 교수신문 과학기술팀장>

법무법인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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